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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213
2025-09-24 17:06:38

 

2021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일시 l 2025. 11. 18. ~ 11. 22.

장소 l 영화의전당,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무사이 극장

 


개막작

어디에도 없는 시간 Where would we go

 

극영화┃컬러┃21분|2021

 

DIRECTOR 장태구

 

승미는 절친한 친구 정현이 서울 회사에 취업한 이후 통 만나지 못했다. 물리적인 거리감은 결국 사람과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까.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걸까 생각하는 승미는 두 사람의 여행을 떠올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노트

주인공 승미는 카페 일로 분주한 와중에도 친구와 함께 잠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지 못하는 또 다른 친구 정현은 부산과는 먼 서울에서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 영화는 함께 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정을 아쉬워하면서도 마치 그들이 함께 있는 것처럼 포착한다. 서로서로 만날 듯하고 마주 보는 듯하면서, 서로에게 향하는 듯하다. 이 영화의 화면은 그렇게 서로 연락하고, 두 사람도 그렇게 시공간을 공유한다. 분명 고단하고 쓸쓸한 삶을 지켜보는데도 카메라는 그 고단함과 쓸쓸함을 강조하려 애쓰기보다 그러한 삶 곁에 무엇이 자리하는지 보려 한다. 집과 골목 사이의 고양이들, 차올랐다가 차츰 작아지는 달과 그 형상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흐름, 가볍게 부는 바람, 나직이 소리 내며 일렁이는 바다, 스쳐 지나가는 기차와 사람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하는 지금 자신의 모습들, <어디에도 없는 시간>은 이처럼 고달픈 삶이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담으면서도 인물이 거쳐 가는 삶의 경로를 가까이에서도 보고 멀리서도 본다. 삶을 버티는 시간이 자연과 동물, 주변 환경을 경유하여 전해지고, 세심하게 세공된 화면의 질감은 감정의 질감마저 담아낸다. (한창욱)

석대천에 백조가 있을까? Miss the swan

 

극영화┃컬러┃20분|2021

 

DIRECTOR 이승화

 

중학생 서은(14)은 부모님의 이혼 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엄마에게 서운하지만 티 내지 못한다. 그렇게 평소처럼 친구와 학교를 가던 어느 날, 자주 갔던 석대천에서 백조를 봤던 기억이 떠오르고 같이 있었던 친구에게 이야기하지만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그램 노트

중학생 여자아이들인 서은과 송연은 작은 오해와 다툼을 통해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간다. 부모님의 이혼과 갈등이 두 아이에게는 고민이자 오해의 원인이면서, 공감의 원천이 된다. 어찌 보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성장 이야기라 참신함이나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을 포착해야 한다는 조급함이나 과도한 욕심이 없기에 이 영화만이 성취할 수 있었던 지점들이 사뭇 흥미롭다. 분명 아직 여물지 않은 만듦새를 보이긴 하지만, 그저 사건을 바쁘게 쫓아가기보다 인물들이 거쳐 가는 시공간의 공기를 느긋하고 담담하게 담으려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게다가 마음의 시간, 마음을 드러내는 몸과 몸짓을 품으려 애쓰고 있다는 점은 연출자의 고민과 잠재성에 큰 응원을 보내게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서은과 송연의 애처로우면서도 귀여운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보는 이에게 닿는다. 추억과 환기의 소중함, 현재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화해의 몸짓까지, 한 뼘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서사에 믿음직스럽게 녹여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무척 사랑스럽다. (한창욱)

아듀, 오맹달 Adieu, Ng Man-Tat

 

극영화┃컬러┃7분|2021

 

DIRECTOR 이강욱

 

더운 여름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무겸에게 문자가 온다. 홍콩배우 오맹달의 부고 기사를 본 친구의 문자. 회사를 관둬 막막한 무겸은 친구의 연락이 그저 귀찮기만 하다. 여전히 버스는 오지 않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정거장.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배우 오맹달이 금년 초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국내에서 <소림축구>(2001)를 위시하여 주성치와 함께 출연한 영화로 주로 기억된다.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아듀, 오맹달>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추모의 제의이다. 그러나 당대의 희극 스타 오맹달을 심각하게 보내줄 순 없는 일. 그래도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무겸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를 떠나 경제적 고민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절친으로 보이는 상남이 오맹달을 함께 추모하자는 전화를 해도 그의 마음은 여유가 없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는 그의 앞에 나타난 축구공, 그리고 오맹달이 담배 피우는 실제 영화의 한 장면. 급기야 그의 곁에 앉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오맹달(아마도 오맹달처럼 보이는 인물). 그가 본 것이 환영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다른 이를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세웠던 무겸 역의 정성욱 감독은 이번엔 본인이 직접 다채로운 표정으로 그를 추모한다. 실직으로 인한 실의와 진지함에서 어이없는 실소를 참는 표정, 그리고 추억하는 슬픔과 즐거움의 기억들을 담은 얼굴로 제문을 써 내려간다. 이강욱 감독의 미니멀한 세공은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인력과의 협업으로 그 빛을 발한다. (이상경)

 

폐막작

어디에도 없는 시간 Where would we go

 

극영화┃컬러┃21분|2021

 

DIRECTOR 장태구

 


 

 

수상결과

시상내역수상작
대상<어디에도 없는 시간> (2021) 장태구
심사위원특별상<석대천에 백조가 있을까?> (2021) 이승화 
<성덕> (2021) 오세연
부산영화평론가상<철선> (2021) 김지곤
최우수연기상<정인> (2021) 최희진
기술창의상<아듀, 오맹달> (2021), <정인> (2021)
김민제
관객심사단상<바람의 아이> (2021) 김동명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포스터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트레일러

 


메이드 인 부산

 

[경쟁1]

어느 시골소녀의 일기 Diary Of A Country Girl

 

극영화┃컬러┃26분|2020

 

DIRECTOR 황태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던 어린 소녀는 자신의 진학문제 때문에 아버지와 떨어져 어머니와 함께 도시로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싫어 소녀는 아버지를 설득한다.

 

프로그램 노트

이번 영화제 예심에 출품한 감독들 가운데 황태흠은 기억될 것 같다. 부산의 영화 관련 대학 가운데 동서대학교의 출품작들 수준이 높은 편이고 그 가운데 황 감독이 두드러진다. 그는 본선에 오른 <어느 시골 소녀의 일기> 외에도 <늪>이란 작품도 출품하였는데 두 영화 모두 예전의 ‘문예영화’라고 불리던 범주의 영화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문예영화라는 범주는 국책영화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었지만 한 시기에 한국영화의 미학적 수준을 제고한 기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느 시골 소녀의 일기>가 문예영화처럼 느껴진 이유는 이 영화에 사용된 시대착오성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시청각적 미학 장치들 때문이다. 영화는 마치 스틸 사진을 슬라이드로 넘기는 것처럼 하다가도 사람이나 오토바이의 러닝 신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현실과 꿈은 뒤섞이고 단절과 비약도 존재한다. 시대착오성이 획득한 시공간의 자유는 주인공들의 복식이 동서고금을 넘나들게 하고 과감한 원색 사용과 소도구들로 미장센을 구성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시골에 남을 아빠와 헤어지게 되어 아빠를 설득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결코 단순하지 않은 서사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상경)

아듀, 오맹달 Adieu, Ng Man-Tat

 

극영화┃컬러┃7분|2021

 

DIRECTOR 이강욱

 

더운 여름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무겸에게 문자가 온다. 홍콩배우 오맹달의 부고 기사를 본 친구의 문자. 회사를 관둬 막막한 무겸은 친구의 연락이 그저 귀찮기만 하다. 여전히 버스는 오지 않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정거장.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배우 오맹달이 금년 초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국내에서 <소림축구>(2001)를 위시하여 주성치와 함께 출연한 영화로 주로 기억된다.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아듀, 오맹달>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추모의 제의이다. 그러나 당대의 희극 스타 오맹달을 심각하게 보내줄 순 없는 일. 그래도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무겸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를 떠나 경제적 고민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절친으로 보이는 상남이 오맹달을 함께 추모하자는 전화를 해도 그의 마음은 여유가 없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는 그의 앞에 나타난 축구공, 그리고 오맹달이 담배 피우는 실제 영화의 한 장면. 급기야 그의 곁에 앉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오맹달(아마도 오맹달처럼 보이는 인물). 그가 본 것이 환영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다른 이를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세웠던 무겸 역의 정성욱 감독은 이번엔 본인이 직접 다채로운 표정으로 그를 추모한다. 실직으로 인한 실의와 진지함에서 어이없는 실소를 참는 표정, 그리고 추억하는 슬픔과 즐거움의 기억들을 담은 얼굴로 제문을 써 내려간다. 이강욱 감독의 미니멀한 세공은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인력과의 협업으로 그 빛을 발한다. (이상경)

산 23-1, X Nowhere to go

다큐멘터리/실험┃컬러┃15분|2021

DIRECTOR 이민호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빈 마을에서 저마다의 소리가 들려온다.

프로그램 노트

<산 23-1, X>는 2008년에 부산에서 처음으로 벽화마을이 되었던 문현동 산 23-1번지 돌산마을의 흔적을 담는다. 지금 그곳은 재개발 지역이라 옛 모습을 잃었다. 마을에 활기를 가져왔던 벽화는 흐릿해지거나 벗겨졌고, 재개발 구역의 표식이 이제 그 벽화보다 더 뚜렷이 제 모습을 과시한다. 카메라는 그렇게 텅 비어버린 공간을 포착하면서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곳을 경험의 시간이 담긴 장소로 시나브로 바꾸어낸다. 삶의 흔적을 알리는 소리가 폐허 위에 얹히면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공간이 현재로 다시 불러오고, 우연히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고양이들은 여전히 그곳이 누군가의 거주 공간이라는 것을 알린다. 더욱더 놀라운 순간은 아이들과 노인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올 때다. 그 순간 돌산마을은 아직 삶의 장소로서 웃음과 손잡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 된다. 노인들은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걸고, 카메라는 그러한 노인들을 있는 그대로 담음으로써 자신이 대상들의 세계와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다. <산 23-1, X>는 물질성 포착이라는 영화 미학적 시도를 꾀하면서도, 이제 곧 사라질 장소에서 삶의 지층을 보려 한다. (한창욱)

정인 Second Favorite Daughter

 

극영화┃컬러┃25분|2021

 

DIRECTOR 문정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이다. 미경에게 40대 딸 정인은 그런 존재다.

 

 

프로그램노트

42세의 미혼 여성인 정인은 홀어머니와 골목 안의 마당이 있는 고즈넉한 집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조용하고 사려 깊은 정인이지만 어머니와의 생활이 늘 편안한 것은 아니다. 결혼해서 분가한 여동생에게 어머니의 관심은 늘 불공평하게 기울어져 있어 정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정인이 좋아하지 않는데도 작은딸을 주려고 굳이 추어탕을 손수 끓인다고 징그러운 미꾸라지로 부산을 떨고 유통기한이 다 된 동생네 음식은 가져와서 정인에게 권한다. 어려서부터 몸이 아팠던 동생을 챙기느라 정인을 늘 외롭게 했던 엄마는 지금도 Second Favorite Daughter로 스스로 느끼도록 만든다. 정인의 나이도 헷갈리며 미혼인 정인에게 갱년기가 왔는지 아무렇지 않게 거듭 묻는 등 큰딸에게 무심한 엄마는 딸이 아끼는 물건을 허락 없이 동생에게 주어 정인을 화나게 한다. 정인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한 디테일로 포착하여 동양화 같은 화면으로 표현한 간결하고 빼어난 작품으로, 나루세 미키오의 <번개>에서 2층 창가의 기요코에게 문득 감정의 여백이 찾아오듯 경주의 고분 풍경 속에 정인의 마음의 변화를 묘사한 장면은 특히 아름답다. (여설란)

생, 가(歌) Recites a Life

 

다큐멘터리┃컬러┃16분|2021

 

DIRECTOR 김영효

 

매일 아침 산에 오르는 올해 90세 구연철 씨. 여느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노년의 일상을 보내는 듯하지만, 그의 평범한 삶 뒤에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활동으로 20년간 복역한 삶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 앞에 서 있는 구연철 씨. 과연 그는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사회에 맞서 외치는 것일까? 그는 어제도 오늘도 유일한 안식처인 자신의 밭을 갈며, 작은 노동과 함께 부르는 노래로 자신을 위로해 나간다.

 

프로그램노트

세상에는 역사의 용틀임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구연철이 그런 존재다. 그는 빨치산으로 검거되어 20년의 수감생활 끝에 석방된, 아흔이 넘는 노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군함도의 광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를 그곳에서 보냈고, 원폭에 의한 나가사키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다. 빨치산으로 검거되기 전에 단독정부 수립 반대로 검거되어 고문 끝에 석방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롭게 죽기 위해 빨치산이 되었다는 그는 현재에도 여러 반미집회 등에 참석하고 있다. 서고에 꽂힌 책들도 여전히 예사롭지 않으며, 집 벽에 붙어 있는 자한당 해체 스티커도 눈길을 끈다. 자신이 소망하던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것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예감에 그는 쓸쓸해진다. 산을 오르며 부르는 옛날 노래와 빨치산 노래는 그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보수, 진보로 갈려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이 영화를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역사적 존재의 증언을 듣고 카메라에 담을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상경)

[경쟁2]

석대천에 백조가 있을까? Miss the swan

 

극영화┃컬러┃20분|2021

 

DIRECTOR 이승화

 

중학생 서은(14)은 부모님의 이혼 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엄마에게 서운하지만 티 내지 못한다. 그렇게 평소처럼 친구와 학교를 가던 어느 날, 자주 갔던 석대천에서 백조를 봤던 기억이 떠오르고 같이 있었던 친구에게 이야기하지만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그램 노트

중학생 여자아이들인 서은과 송연은 작은 오해와 다툼을 통해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간다. 부모님의 이혼과 갈등이 두 아이에게는 고민이자 오해의 원인이면서, 공감의 원천이 된다. 어찌 보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성장 이야기라 참신함이나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을 포착해야 한다는 조급함이나 과도한 욕심이 없기에 이 영화만이 성취할 수 있었던 지점들이 사뭇 흥미롭다. 분명 아직 여물지 않은 만듦새를 보이긴 하지만, 그저 사건을 바쁘게 쫓아가기보다 인물들이 거쳐 가는 시공간의 공기를 느긋하고 담담하게 담으려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게다가 마음의 시간, 마음을 드러내는 몸과 몸짓을 품으려 애쓰고 있다는 점은 연출자의 고민과 잠재성에 큰 응원을 보내게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서은과 송연의 애처로우면서도 귀여운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보는 이에게 닿는다. 추억과 환기의 소중함, 현재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화해의 몸짓까지, 한 뼘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서사에 믿음직스럽게 녹여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무척 사랑스럽다. (한창욱)

추격의 목적 Purpose Of Pursuit

 

다큐멘터리┃혼합┃11분|2021

 

DIRECTOR 이나래

 

지도에 존재하지 않던 의문의 산들이 전국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산들은 하나같이 악취를 풍기고 썩은 물을 내뿜으며 우리의 곁으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의문스럽고 불쾌한 산. 이 산은 왜 생겼고 누가 만든 것인가?

 

프로그램 노트

<추격의 목적>은 르포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무단 투기의 현장을 추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안 극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서스펜스가 작동하는 이유는 카메라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환경운동가 서봉태를 따라가는 손한목 감독의 카메라는 결코 게으르지 않다. 부지런한 카메라는 그곳에 위치해야 담을 수 있는 현장감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그곳에서 지루하게 기다리고 오랫동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는 현장, 그 추격의 고단함을 담고 있다. 일상에서 소비하는 쓰레기가 버려지고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 고민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무심함이 쓰레기 산들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무단 투기의 주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느 초등학생의 일과표가 추격의 단서가 되는 씁쓸함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는 충실함은 묵직하고, 고민 없이 소비하고 버리는 우리의 행위를 반성하게 한다. 지도에 없던 의문의 쓰레기 산들이 전국에 생기는 과정 속에 조직폭력배가 개입되어 있고, 그들의 커넥션을 보안상의 이유로 다 밝히지 못한 채 손호목의 추격은 마무리 되지만, 한 남자의의 추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추격의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실천을 촉구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담론을 끌어내는데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은영이의 XXX Eunyoung's XXX

 

극영화┃컬러┃28분|2021

 

DIRECTOR 서한솔

 

자신의 뮤즈이자 여자친구인 은영의 집에 초대받은 경원은 그녀의 집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은영이는 젖꼭지가 없다!

 

 

프로그램 노트

은영이와 경원의 D-DAY. 경원은 설레임을 안고 가파른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른다. 마침내 은영이 집에 도착했을 때, 경원은 은영에게 보통 여성의 육체에 존재해야하는 젖꼭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은영은 지난 과거 스물두번의 연애에서 반복했던 관계의 결말을 맞이한다. <은영이의XXX>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코미디 장르 안에서 유쾌하게 그려낸다. ‘XXX’로 표현된 문자와 이미지는 전 남자 친구 또는 남성 염색체를 지칭하는 동시에 은영이의 신체를 에둘러 말하고 있다. 서한솔 감독은 은영이의XXX를 통해 으레 갖추어져야 하는 정형화 된 형태나 보편화 된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났을 경우, 어째서 인간은 상대방에게 간섭하고, 관계의 본질보다는 극중 인물들처럼 바보 같은 모습으로 외형적 형태에 집착하는가에 질문하는 듯 보인다. 수다스럽고 찌질한 다양한 캐릭터의 전 남자 친구들을 등장시키면서도 극이 산만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것은 감독의 연출과 각본의 힘도 있겠지만, 이루겸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 연기가 일정 부분 기여 하는 듯하다. 완성도 있는 촬영과 사운드 작업를 통해 기획했던 시나리오를 구현해내는 힘과 유명한 명화를 연상하게 하는 숏으로 극의 마지막을 닫는 감독의 뚝심을 확인할 수 있다. (김동환)

이별값 Pay Day

 

극영화┃컬러┃28분|2021

 

DIRECTOR 오가희

 

남자친구 '준'에게 잠수이별을 당한 가영이 그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프로그램 노트

연락이 뜸해진 남자 친구와 200일을 기념하려 케이크와 음식을 준비한 가영은 함께 지내던 아파트에서 이삿짐이 나가고 있는 광경에 당황한다. 연락도 없이 이삿짐센터에 의뢰해 자기 물건을 옮겨 달라고 했다는 남자 친구, 어항을 챙겨 가려는 직원에게 금붕어는 남자 친구 것이 아니니 직접 전달하겠다고 실랑이 끝에, 이삿짐 트럭에 몰래 올라타 남자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선다. 트럭이 주유소에 정차하면서 차를 놓치게 된 가영은 얼핏 들었던 마을 이름을 묻고 물어 길을 찾아 나서며 영화는 로드 무비로 바뀐다. 풍경은 도시를 벗어나 위치를 알 수 없는 시골로 접어들고 시간은 낮에서 저녁으로 또 밤으로 바뀌어 가고, 길 위에서 사랑의 의미와 방식에 대한 가영의 생각과 깨달음은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의 이미지와 소리의 변화가 섬세하게 세공되고 서사와 인물들의 연기도 함께 차분한 깊이에 도달하는 리듬감이 조화롭다. 무엇보다 주인공 가영을 연기한 배우 정소영의 존재감이 뛰어난 영화로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는 물론, 안무하듯 유연한 몸의 움직임까지 생동감으로 가득 찬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여설란)

[경쟁3]

사랑의 여름 Summer of Love

 

극영화┃컬러┃28분|2021

 

DIRECTOR 이성욱

 

사이키델릭 듀오 '눈문'은 새로운 앨범의 홍보를 위해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준비한다. 다같이 L.S.D를 나눠 먹고 시작된 공연은 초대된 관객이 사라지면서, 그녀를 찾기 위한 기묘한 여행으로 바뀌게 된다.

 

프로그램 노트

사이키델릭 밴드 ‘눈문’은 신작 앨범을 발표하고, 그들의 팬이자 인터뷰어 ‘수지’를 초대해 공연을 준비한다. 루시(L.S.D, 환각제)를 복용하고 공연을 하려는 밴드 맴버와 매니저, 그리고 그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맴버의 논쟁 끝에 루시를 첨가한 젤리를 하나씩 나눠먹고, 잠시 후 공연은 시작된다. 루시를 원했거나 의심했거나 우연히 접한 인물들은 한낮의 여름 루시가 인도하는 기묘한 여행을 시작한다. L.S.D 같은 약물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에서 관습적으로 보여주는 숏들이 있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이 약물에 취했을 때 상황을 왜곡된 이미지로 보여주는 식이다. 이성욱 감독은 복잡하고 화려한 촬영 기교를 선택하는 대신 철저히 계산하고 재단한 정적인 프레임 속에 초록빛 가득한 풍경과 개성 강한 인물을 아름답게 배치한다. 심지어 환각의 세계를 여행하는 인물들이 소동을 벌이는 상황에도 쇼트를 여러 개로 분절하기보다는 하나의 롱숏만으로 인물들과 배경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감독은 모두가 경험해 볼 수 없는 생경하고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써만 소비하지 않고, 주제에 도달하고자 한다. 오리지널 스코어 제작 없이 ‘눈문’의 모티브가 된 실존하는 아티스트 ‘텐거(TENGGER)’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는데, 극중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동안 내재 또는 외재음으로써 적재적소에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솜씨가 특히 돋보인다. (김동환)

대영약국 Intersection

 

극영화┃컬러┃10분|2021

 

DIRECTOR 김종한

 

청대는 오디션 지원을 위해 연기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대사를 끝까지 치기도 전에 집으로 의문의 택배 박스가 배달된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방해공작에 청대는 연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프로그램 노트

연출자의 시놉시스를 먼저 소개한다. "병규는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대영 약국에 갔다 오겠다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대호는 꿈속에서 아버지 병규를 만나고 48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 둔 말을 내뱉는다." 누가 병규인지 누가 대호인지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니 영화 안에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시놉시스로 유추하면 현재 시점의 인물이 대호처럼 보인다. 감독이자 배우인 김종한이 연기하는 두 부자는 꿈속에서 서로를 본다. 그래서 병규가 자신의 아들 대호를 보고 집을 나간 것인지 아버지를 보고 집을 나간 것인지 모르겠다는, 대호로 보이는 인물의 생각이 자막으로 나온다. 다분히 철학적이거나 관념적인 사유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보이나 그것은 오히려 영화의 외피다. 영도를 소재로 하며 극영화적 감성을 갖는 김종한의 풍경 다큐멘터리인 <섬>(2020)처럼, 그의 극영화 <대영약국>도 영도의 풍경과 피사체를 담는 다큐멘터리의 속살을 가진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카메라는 명암의 대비를 더 뚜렷하게 하면서 아버지 부재의 삶을 살아온 인간의 회한을 서정적 음악에 실어 잘 표현하고 있다. (이상경)

어디에도 없는 시간 Where would we go

 

극영화┃컬러┃21분|2021

 

DIRECTOR 장태구

 

승미는 절친한 친구 정현이 서울 회사에 취업한 이후 통 만나지 못했다. 물리적인 거리감은 결국 사람과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까.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걸까 생각하는 승미는 두 사람의 여행을 떠올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노트

주인공 승미는 카페 일로 분주한 와중에도 친구와 함께 잠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지 못하는 또 다른 친구 정현은 부산과는 먼 서울에서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 영화는 함께 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정을 아쉬워하면서도 마치 그들이 함께 있는 것처럼 포착한다. 서로서로 만날 듯하고 마주 보는 듯하면서, 서로에게 향하는 듯하다. 이 영화의 화면은 그렇게 서로 연락하고, 두 사람도 그렇게 시공간을 공유한다. 분명 고단하고 쓸쓸한 삶을 지켜보는데도 카메라는 그 고단함과 쓸쓸함을 강조하려 애쓰기보다 그러한 삶 곁에 무엇이 자리하는지 보려 한다. 집과 골목 사이의 고양이들, 차올랐다가 차츰 작아지는 달과 그 형상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흐름, 가볍게 부는 바람, 나직이 소리 내며 일렁이는 바다, 스쳐 지나가는 기차와 사람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하는 지금 자신의 모습들, <어디에도 없는 시간>은 이처럼 고달픈 삶이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담으면서도 인물이 거쳐 가는 삶의 경로를 가까이에서도 보고 멀리서도 본다. 삶을 버티는 시간이 자연과 동물, 주변 환경을 경유하여 전해지고, 세심하게 세공된 화면의 질감은 감정의 질감마저 담아낸다. (한창욱)

그림의 커피 Coffee of picture

 

극영화┃컬러┃22분|2020

 

DIRECTOR 홍혜린

 

도서관에서 일하는 대학생 아정. 그녀는 매일 같은 시간에 도서관에 오는 재현을 좋아한다. 아정은 평소에 관심도 없는 책을 읽거나 먹지도 못하는 커피에 관심을 가지며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간다. 그가 자주 가는 다리 위의 건너편 창문으로 재현을 바라보기만 하는 아정. 어느 날, 그녀는 창문 위로 프레임을 붙여서 만든다. 아정은 창문 위에 만든 프레임 속 그와 함께 있는 날을 꿈꾸며 조금씩 용기를 내어본다.

 

프로그램 노트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영화를 찍고 있는 아정은 책을 빌리러 오는 그에게 설렘을 느낀다. 서가에 꽂힌 책들 사이로 그를 몰래 지켜보고 그가 읽는 책을 따라 읽어보는 아정의 행위들은 도서관에서 영화를 찍는 그녀의 작업과 교차 되며 촬영을 위해 표시된 한 지점에서 흥미롭게 만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의 영화가 아니다. 클로즈업이 많고 반복적인 구도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 화면들과 낮은 심도로 처리된 공간의 분위기는 혼자 사랑에 빠진 아정의 작은 흥분과 기다림을 섬세하게 구성한다. 무엇보다 화면과 함께 연기하듯 조응하며 배치된 섬세한 설계의 음악과 사운드가 삶의 한때 아스라한 아쉬움 가득한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사랑에 빠진 아정의 모습은 영화 속의 또 다른 영화이며 그 달뜬 감정의 분위기는 영화를 찍는다는 행위 자체에 바쳐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영화 만들기에 감정적 색채가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 온갖 어려움과 갈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 못 드는 설렘과 기대와 흥분 그리고 남겨지는 아쉬움과 그리움일까? 짝사랑에 빠진 한 소녀의 설레임이자 영화 만들기에 대한 사랑의 느낌을 오롯이 새겨낸 영화이다. (여설란)

[경쟁4]

성덕 Fanatic

 

다큐멘터리┃컬러┃187분|2021

 

DIRECTOR 오세연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다. 그의 팬, 그중에서도 '성공한 덕후'였던 나는 분노와 슬픔, 약간의 민망함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했던 얼굴들을 떠올렸다. 누구는 믿고 응원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난다고 하고, 누구는 진정한 팬이라면 끝까지 기다려주는 거라고 한다. 우리는 덕질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 그만둘 수 있을까? 마음껏 덕질하기 어려운 시대, 사랑했기 때문에 고통받는 ’성덕’들을 만나러 간다.

 

프로그램 노트

오세연 감독은 아이돌 팬덤 세계에서 부러움의 대상, ‘성공한 덕후’가 되었지만, 인생의 한 시절 열정을 다해 ‘사랑’했던 아이돌 스타는 ‘범죄자’가 되었다. 그 아이돌은 성관계 장면 불법 촬영 및 유포, 집단 성폭행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이 되었고, 순수했던 팬심은 이제 부끄러운 흑역사가 되어 버렸다. ‘덕질’의 행위를 십대 시절 한때 지나가는 광적인 열정이었다 생각하기엔 그들에게는 소중한 추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이돌’은 인생의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주는 위로였고, 열심히 공부해나갈 수 있는 동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돌들의 범죄 행위는 배신감을 넘어 단지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오세연 감독은 흑역사가 되어버린 과거를 가진 덕후 동지들의 표정을 카메라로 담아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표정, 감정, 언어들을 여과 없이 하나하나 쌓아가며, 유쾌하고 진실하게 솔직한 방식으로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에 이르는 과정을 담는다.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고, 마음 놓고 덕질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아이돌 팬덤은 막대한 경제적 이윤을 발생시키는 산업이 되었고, 아이돌이 10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성덕>을 단순하게 사적 다큐멘터리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김동환)

[경쟁5]

바람의 아이 Daughter of the wind

 

극영화/뮤지┃흑백┃75분|2021

 

DIRECTOR 김동명

 

<바람의 아이>는 1945년 일본의 패전 후 내지(일본 본토)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 소녀가, 식민 지배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지선과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뮤지컬로 그린다.

 

프로그램 노트

우리는 식민시기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가한 고통과 시련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2차대전 종전 후 어떤 일본인들이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반도에 남아 또 다른 고난의 삶을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비가 내리는 산골 마을에 양장 차림의 일본인 소녀가 조선인 여성들이 모여 사는 집에 나타난다. 일가족처럼 보이는 그 가정의 구성원들 가운데 사실 피붙이는 하나도 없다. 그렇게 소녀도 그 가정의 일원이 되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관계를 맺어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함께 먹고 노동하며 가족이 되고자 애쓴다. 서서히 말수도 늘어나는 그녀를 받아들이고 위로하며 정을 주는 사람도 있으나 그녀에게 적대적인 사람도 있다. 소녀를 포함하여 모두가 각자의 사연과 한이 있는 것 같다. <뿔을 가진 소년>(2017)으로 우리를 매료시킨 김휘근 감독이 이끄는 장산시네마가 제작/배급한 이 영화의 야심이 만만치 않다. 자그마치 뮤지컬에 흑백영화다. 하늘로 솟구쳤다 땅으로 내달리는 카메라가 잡아내는, 집 마당에 펄럭이는 천과 들판의 억새 사이를 유영하는 음악과 노래들이라니! 음악을 쓰고 연출한 김동명 감독은 또 어떤 사람일까. (이상경)

[경쟁6]

작은새와 돼지씨 Small Bird and Mr. Pig

 

다큐멘터리┃컬러┃77분|2021

 

DIRECTOR 김새봄

 

그림을 그리는 ‘작은새’ 김춘나와 시를 쓰는 ‘돼지씨’, 삶을 위로하는 일상 속의 예술.

 

 

프로그램 노트

60세가 넘은 아파트 경비원 김종석씨는 이면지 위에 시를 쓴다. 일상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그의 시가 일하는 그의 이미지 위에 그의 필적으로 조용히 새겨지는 장면이 감각적이다. 그의 아내 김춘나씨는 도서관 문화센터에서 그림과 붓글씨를 배우고 집에서는 청소하고 요리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린다. 그녀도 젊은 시절에는 손수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지에 시 같은 연애편지를 썼었고 영화에서 먼저 새겨지는 글도 그녀의 편지이다. 연애 시절 서로를 부르던 별칭은 작은새와 돼지씨, 감독의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남편의 불편한 발톱을 깎아 주고 아내의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빼 주는 부부의 소박하고 다정한 일상이 그들의 젊은 연애 시절의 사진과 편지와 교차 되고 고단했던 지난 그들의 삶이 감독인 딸과의 대화로 이야기된다. 평범한 인물들의 사적인 삶을 다룬 영화이지만 영화가인물들의 깊이에 도달할 때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생존의 어려움에 숨 가쁘게 맞서 온 삶이지만 일상 속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숨 쉴 공간과 의미와 자유를 잃지 않는 그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여설란)

 


스펙트럼 부산 - 나우

 

[비경쟁]

철선 The Steel Boat

 

다큐멘터리┃컬러┃73분|2021

 

DIRECTOR 김지곤

 

격리, 폐쇄, 시간, 기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한마을을 바라본다.

 

 

프로그램 노트

<할매> 연작과 <악사들>(2014), <리틀보이 12725>(2018)와 같은 작품에서 사회적 약자들, 주목받지 못한 인물과 장소를 카메라에 담아 왔던 김지곤의 신작은 경남 산청에 자리한 한센인들의 거주지 성심원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산청 소남리의 선사유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얼핏 중심 이야기와 동떨어진 듯 보이는 유적지 이야기는 인간이 어딘가에 집을 짓고 살았던 삶의 흔적과 생이 다해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흔적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남아있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철선>은 이를 성심원의 60년이 조금 넘는 역사와 연결해 영화를 시작하면서, 한센인들 삶의 척박함과 그럼에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생명력을 함께 보여준다. 카메라는 때때로 ‘폐쇄와 격리’의 시절을 회상하는 화자를 대신해 산을 올라 그들의 이야기 속 시선을 재현해 보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한센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던 ‘철선’의 역할을 영화가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철선>에는 볼 수 없는 것과 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사려 깊은 시선이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김나영)

평평남녀 Unboxing Girl

 

극영화┃컬러┃121분|2021

 

DIRECTOR 김수정

 

영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좀처럼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준설은 연줄의 힘으로 쉽게 영진의 상사 자리를 꿰찬다. 영진은 준설을 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가 느끼는 공허함에 연민을 느낀다. 준설의 편에 서서 준설의 회사 적응을 돕는 영진.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준설은 회사와 그의 직장 동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영진의 동의 없이 그녀의 디자인을 훔친다. 영진은 도둑맞은 디자인을 되찾고 싶지만 어렵게 시작된 준설과의 관계 역시 포기하기 어렵다. 한 여성과 한 남성의 평평한 사랑 이야기. 둘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가게 될까?

 

프로그램 노트

만년 대리 영진과 낙하산 과장 준설, 두 사람은 디자인 2팀에서 서로를 맞닥뜨린다. 무엇이 두 사람 간의 격차를 만들었을까. 왜 영진은 쉽게 승진하지 못하고, 준설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자리를 꿰차는 것일까. 어쩌면 <평평남녀>는 위와 같은 사태에 대한 고리타분한 이유를 찾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에 더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단 극 중 나타나는 불편한 진실을 제쳐두고 나면 영진과 준설, 이 천진난만한 두 캐릭터는 아주 사랑스럽다. 발주 들어온 물건만 제작하는 팀 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 시안을 그려보는 영진이며, 디자인 2팀 직원들과의 첫 만남에 자신이 낙하산 과장이라 대놓고 말해버리는 준설이며. 두 사람은 그들 주변에 내재한 거북한 시선에 제각기 솔직하게 반응하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 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낸다. 그와 더불어 로맨스 영화 내 두 주인공이 으레 그렇듯, 초반부 서로를 경계하던 영진과 준설은 각자의 아픔과 공허함을 공유하며 끝내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연애는 회사와 동료들의 인정, 자신의 것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싸움 속에서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평평남녀>는 익살스러운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 기저에 깔린 어두운 면을 균형 있게, 안정적인 궤도로, 재치 있게 그려낸다. (윤지혜)

차별 Discrimination

 

다큐멘터리┃컬러┃86분|2021

 

DIRECTOR 김지운, 김도희

 

2013년부터 실시된 일본의 고교무상화 정책. 하지만 유일하게 조선 고급학교 10개교만이 이 정책에서 제외된다. 이유는 무상화 지원금이 조총련 등에 의해 유용될 의혹이 있다는 것. 이에 반발한 5개교의 조선 고급학교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 4년간의 심리 끝에 2017년 7월 19일 히로시마 조선 고급학교를 시작으로 1심 판결이 내려진다. ‘차별’은 2017년 7월 오사카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 소송 1심 판결부터 2019년 4월 규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소송까지 2년간의 소송과정과 70년이 넘게 조선학교를 지켜오고 있는 재일동포들, 조선학교 학생들, 변호단들 그리고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프로그램 노트

2010년 일본 정부는 일본의 공·사립 고교와 외국인학교 등을 대상으로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행하지만, 조선 고급학교 10개교를 이정책에서 제외 시킨다. 무상화 지원금이 조총련 등에 의해서 이용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근거 없는 판단이 ‘차별’을 가능케 한 것이다. 김지운·김도희 두 감독은 일본 정부가 자행하는 교육적 차별이야말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 가치까지 해치고 있음을 알리기위해, 한국과 일본의 투쟁 현장을 오간다. 이 문제가 정치·사회적 관심으로 촉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그로 인해 <차별>(2021)은 매끄럽게 이어지는 다큐를 포기한다. 순간순간 몰아치는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영화적 연출을 억누르며, 일본의 만행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카메라는 정직하고 우직하게 일본의 차별에 저항하는 재일동포들과 그들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일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분노와 공감의 힘으로 만들어진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분명하다. (김필남)


 


스펙트럼 부산 - 리와인드

 

[비경쟁]

나들이 One Day Out

 

극영화┃컬러┃14분|2001

 

DIRECTOR 김선경

 

무더운 여름날. 엄마와 만삭의 딸은 집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짧지만 즐겁지 않은 나들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교감하게 되는 모녀의 이야기.

 

프로그램 노트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고, 한 중년 여성과 임산부는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서있다. 두 사람에 대한 정보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에서 추측 가능한 몇몇 시각적 단서들, 중간에 들려오는 전화 소리와 몇 마디의 대사를 통해 그들이 모녀지간이며, 함께 집을 구하러 가는 길이란 사실만 알 수 있다. 비가 그친 후, 둘은 계속해서 걸어간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두 사람 너머로 햇볕이 내리쬐는 골목 풍경, 거리마다 집들, 맑게 갠 하늘 등이 보인다. 분명 함께 걷고, 밥도 먹으며 동행하고 있지만 둘 간의 대화는 일절없다. 우리는 극의 끝에 다다라서도 모녀간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명확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어떤 절절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 장면.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은 평상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엄마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자, 딸은 손수건을 건넨다. 그리고 엄마는 그 손수건을 받는다. 정말이지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들이>는 무더운 여름날의 하루 중 유일하고 반복 불가능한 삶의 순간을 포착하여 우리에게 보이고 있다. (윤지혜)

체온 The Body Temperature

 

극영화┃컬러┃8분|1998

 

DIRECTOR 유상곤

 

노인은 정신 나간 딸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한적한 길을 달린다. 갑작스레 소낙비가 내리고 그들은 운동장 옆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노인은 딸의 젖은 머리를 닦고, 물을 먹여주고는 돌아서서 비 오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에 젖는다.

 

프로그램 노트

노인은 장애가 있는 다 큰딸을 작은 오토바이에 태우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바구니의 물병과 단정하게 접힌 딸의 양말이 노인의 세심함을 발견하게 하지만 언뜻 보이는 딸의 다리에 든 멍과 단단히 둘을 붙잡고 있는 천 쪼가리가 이 부녀의 지나온 삶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두 사람의 표정은 지워져 있고 바라보는 곳은 다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한 그들은 잠시 목을 축이고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돌린다. 이곳이 목적지는 아닐 터인데 그들은 어디를 가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어긋난 시선과 앙다문 입술 속에서 이 부녀는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일까? 1998년에 제작된 영화 <체온>은 대사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딸이 쓰고 있는 헬멧의 라벨과 노인의 귓불에 붙은 빗방울 등 잠깐 지나가는 이미지 속에서도 얼마나 풍부하게 텍스트를 만들고 전달하는지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박성림)

집 The House, the Home

 

극실험┃혼합┃20분|2000

 

DIRECTOR 이정애

 

5층짜리 서민 아파트에 오래전부터 비어있는 집이 있다. 30대 중반의 비슷한 나이 또래인 여자 1과 여자 2는 하루의 어느 시간 동안을 빈집에서 홀로 지낸다. 빈집의 맞은편 집에 살고있는 여자 1은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혼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등 자신의 은신처이자 안식처로 빈집을 이용한다. 과거의 어떤 상처로 인해 정신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여자 2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길에서 지내다 주로 잠을 자는 휴식처로 빈집을 이용하곤 한다. 여자 1과 여자 2는 각자 하루의 어느 시간만을 빈집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데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이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빈집에서 누린다. 하지만 두 사람이 빈집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서로가 남긴 여러 가지의 흔적들로 인해 둘은 상대의 존재감을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여자 1은 여자 2가 남긴 흔적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빈집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점점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가는 반면, 여자 2는 여자 1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면서부터 서서히 평온감을 찾아간다.

 

프로그램 노트

을씨년스러운 빈집의 풍경, 공간 안팎을 넘나드는 괴상한 소리, 그리고 두 여자. 추측건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빈집을 이용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둘은 꼭 어디로부터 도망쳐온 사람 같다. 주인 없는 빈집으로 도주해온 그들의 진짜 집은 어디에 있을까. 본래 집이 아닌 가짜 집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애당초 그들에게 편하게 머물 집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두 사람은 도피처와 같은 빈 집에서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각자가 빈집에 드나드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둘은 서로의 흔적을 발견하고, 서로의 존재 역시 인지하게 된다.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을 다른 누군가 역시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각기 다른 양상의 감정을 선사한다. 공포 혹은 위안. 결국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다층적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토록 만든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편안하면서도 불안한,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벗어나고 싶지만 또다시 찾게 되는 ‘그곳’에 대하여. (윤지혜)

틈 MY FAMILY STORY

 

극실험┃컬러┃20분|1999

 

DIRECTOR 김경록

 

어떤 곳에서 살아가지만 삶이라는 것도 가족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무덤덤함 속에서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진행될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단절 또는 희망 등의 간단한 언어로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가족이라는 의미로 묶여 있지만 여러 틈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노트

<틈>은 할머니, 엄마, 아들 3대가 함께 사는 한 집을 배경으로 일상적 풍경 외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가는 날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아버지로 보이는 누군가의 제사로 시작하는데, 제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영화에는 이렇다 할 갈등도, 드라마도 없다. <틈>은 아버지의 부재 이후 가족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소통 단절의 상황을 시각화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집 밖을 벗어나지 않는 이 작품에서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함께 모이는 순간은 할머니가 제사 후 남은 음식을 함께 넣고 끓인 잡탕 찌개를 먹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이 전부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빼어난 영상미로 눈을 즐겁게 하는 면도 없는 이 영화가 여운을 남긴다면, 할머니의 존재로 인해 여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가족 풍경이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제사로 시작해, 제사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 가족을 보여주며 끝나는 셈인데, 식사 장면이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가족 드라마라는 점과 화면 구도, 영화의 정취에서 대만 뉴웨이브의 영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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