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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10회 부산 인터시티 영화제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8
2026-08-25 13:13:01

2026 제10회 부산 인터시티 영화제

 

일시 | 2026. 08. 28. ~ 08. 30.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무사이극장

 


 

참여도시

| 부산 | 바야돌리드 | 테라사 | 웰링턴 | 와르자자트 | 브리스톨 | 포츠담 | 비센테로페즈 | 산투스 | 상파울루 |

| 야마가타 | 우츠 | 호치민 | 칭다오 | 브래드포드 | 기자 | 뭄바이 | 타이난 | 후쿠오카 | 시네무브먼트 | 무사이

 


 

영화 섹션

 

| Inter-City 01 |

할머니는 스카이다이버 MY GRANDMOTHER IS A SKYDIVER | 포츠담 Potsdam |

시놉시스

1960년대 타지키스탄의 한 스카이다이버에게 2022년 우크라이나에 사는 손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 전화 한 통을 계기로 두 세대에 걸친 여정이 시작되고, 트라우마와 기억, 정체성의 문제가 세대를 가로질러 펼쳐진다.

프로그램노트

2022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폴리나가 1960년대 타지키스탄의 알피야에게 전화를 건다. 굵은 윤곽으로 단순화된 인물과 생생한 질감의 배경이 공존하는 화면 속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불가능한 대화는 시작된다. 바시코르토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이른 알피야의 삶은 러시아 제국에서 소비에트, 다시 러시아 연방으로 이어진 폭력의 지도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영화는 알피야를 역사의 풍랑에 휩쓸린 존재로 규정하지 않는다. 감독 자신의 음성과 성우의 연기가 만나고 다큐멘터리의 무게와 애니메이션의 자유가 서로를 떠받치는 동안, 인물은 하늘을 헤엄치고 생명을 받아내며 자기 삶을 선택했던 능동적 주체로 묘사된다. 은은한 파스텔과 흑백의 명암을 오가는 절제된 손길이 참혹함을 전시하지 않고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누군가의 생을 더듬을 때, 우리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지나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가닿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도착한다. (함윤정)

선로 위에서 On the rails | 비센테로페즈 Vicente López |

시놉시스

새로운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내성적이고 신중한 성격의 사진작가 다니엘. 그는 지하철역에서 자신이 사진에 담았던 코트 차림의 낯선 남자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프로그램노트

쉽게 설명되지 않던 이야기는 이미지와 소리들을 이용해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그 세계는 불안감을 가진 채 끊임없이 움직이며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현재를 위해서 존재하기 보단 미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주인공이 사용하는 필름 카메라를 통해서 드러난다. 주인공은 필름 카메라를 쓰는 이유를 설명하며 특유의 질감은 물론 모든 것이 더 실체감 있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필름 카메라는 찍은 것을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시간이 지난 뒤 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즉, 실체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존재하는 것이다. 남자는 이러한 특성을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입해 현재를 부정하기 시작한다. (박천현)

트릭 Trick | 상파울루 São Paulo |

시놉시스

엘리사는 상파울루에서의 출근을 건너뛰고 해변으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프로그램노트

상파울루에서 일하는 엘리사는 아프다는 핑계로 출근을 건너뛰고 해변으로 향한다. 리우 출신인 그녀에게 바다는 도시의 노동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쉼터이자 오래된 그리움의 장소다. 그곳에서 엘리사는 한 여성을 만나고, 짧지만 강렬한 교류를 통해 달콤한 휴식 속에서 다른 리듬의 가능성을 맛본다. 그러나 <트릭>은 인물의 일탈을 경쾌한 해방의 판타지로만 포장하지 않는다. 하루를 훔쳐낸 작은 속임수 뒤에는 곧장 현실의 대가가 따라붙고 엘리사의 선택은 멋들어진 저항으로 귀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무책임하고 위태롭지만, 동시에 자기 삶의 리듬을 되찾아보려는 불완전한 요령.<트릭>은 그 애매한 몸짓을 끝까지 따라가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마주한 엘리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함윤정)

군인의 이면 Behind The Soldier | 호치민 Ho Chi Minh |

시놉시스

죽음을 앞둔 노작가는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바칠 마지막 걸작을 쓰기 위해 전장을 헤쳐 나갔던 자신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프로그램노트

전쟁을 통과한 사람의 내면에는 많은 구멍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 구멍들을 들여다보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구멍들은 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쟁의 아픈 특성이자 폭력의 특성이기도 하다. 과연 그 구멍들을 개인이 용기 있게 들어낼 수 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나이 든 남자는 베트남 전쟁을 겪으며 사랑하는 연인은 물론,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영화는 그 남자가 겪은 일들을 마치 어제의 일인 듯 하나의 시간으로 연결하여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 남자는 어쩌면 현재를 살 수 없는 남자일지도 모른다. 모든 시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사는 이 남자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쓴 책들을 통해 끊임없이 그 구멍들을 홀로 메꿔나간다. (박천현)

봄꽃, 가을열매 Tree | 칭다오 QingDao |

시놉시스

어머니와 함께 도시에서 자란 천춘화는 직장에서 일하던 중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는다. 장례식장에서 그녀는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동생 천추스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아무런 유대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했던 춘화는 아버지의 생명보험금을 받기 위해 잠시 동생을 돌보기로 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운 것은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바람이었다.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남매는 아버지의 마지막 뜻을 마주하며 묵은 원망을 내려놓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프로그램노트

삶은 때때로 사람을 천천히 닳게 만든다. 반복되는 하루와 직장의 고됨 속에서, 춘화는 자신을 돌볼 마음조차 잊은 채 살아간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가 돌아간 곳에는 오래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시간들과, 낯선 가족이 남겨져 있다. 春华秋实.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서로 다른 계절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남겨놓은 공기와 이름을 가진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삶을 버텨내는 일에만 익숙했던 이에게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남겨진 존재였음을 깨닫기에 충분하다. 어떤 위로는 너무 늦게 찾아오고, 어떤 마음은 계절을 건너서야 닿는다. 곁에 머물고, 함께 시간을 견디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느리고 조용한 마음들이 쌓여, 영화는 여전히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작은 온기를 바라본다. (정청비)

 

| Inter-City 02 |

웅덩이인간 Puddle Man | 브리스톨 Bristol |

시놉시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다트무어(Dartmoor)로 피난을 온 12살 소년 토비. 새로운 두려움이 그를 옥죄어 오는 가운데, 토비는 할머니 줄리의 어두운 과거와 황무지를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는 망원경으로 먼 곳을 내다본다. 또 다른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할머니 역시 상실 이후의 시간 속에 멈춰 선 채 바깥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응시에는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과 불확실한 현재를 살아가는 불안이 담겨 있다. 식량을 구하러 나간 길에서 아이는 당나귀 한 마리 앞에 멈춰 서고 두려움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 무렵 인적 드문 황야에는 ‘웅덩이 사나이’라 불리는 낯선 존재가 배회한다. 비와 바람, 어둠과 안개 속에서 불현듯 나타나는 그는 마치 오래된 의식을 수행하듯 물웅덩이를 짊어지고 걷는다. 그의 존재는 공포와 불안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전쟁의 상실 속에서 자라는 한 아이의 성장담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민담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이남영)

음식탐구 IMONI ROAD MOVIE | 야마가타 Yamagata |

시놉시스

무엇이 야마가타 사람들을 '이모니(Imoni)'에 그토록 매료시키는 것일까? 야마가타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인 이모니는 어떻게 시민들의 삶 속에 이토록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을까? 영화는 그 기원을 탐구하는 여정 속에서, 멀리 떨어진 타지의 마을들에서도 이모니가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프로그램노트

야마가타의 가을이면 사람들은 강변과 공원에 모여 함께 냄비를 끓이고 음식을 나눈다. <이모니 로드 무비>는 일본 야마가타 지역의 전통 음식인 ‘이모니’를 통해, 공동체의 감각과 일상의 온기를 담아낸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대신, 재료를 손질하고 국물을 끓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느린 시간을 따라가며 영화는 켜켜히 쌓인 삶의 시간을 잠시나마 공유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고기에 술을 붓는 법을 알려주고, 누군가는 간을 맞추며 웃음을 건넨다. 함께 요리하고 이모니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세대를 거쳐 이어진 생활의 지혜와 관계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화는 개인의 초상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축제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모니카이의 풍경까지 담아낸다. 강변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커다란 냄비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은 ‘함께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유대를 확인하는 의식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모니 로드 무비>는 화려한 관광 이미지 대신 음식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온도와 공동체의 숨결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청비)

안녕, 라면 SAYONARA RAIFUKU RAMEN | 후쿠오카 Fukuoka |

시놉시스

하나의 아버지는 라면 가게 '라이후쿠테이'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가게의 마지막 영업 날, 마지막 손님으로 찾아온 사람은 아버지의 옛 제자 신타였다. 하나는 라이후쿠테이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하나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후쿠오카의 라면집 ‘라이후쿠테이(来福亭)’를 닫기로 한다. 가게의 마지막 영업날, 뒤늦게 한 손님이 이곳을 찾아온다. 바로 아버지의 옛 제자 신타다. 신타의 등장 이후 영화는 주방 안쪽으로 시선을 확장해 인물들의 내밀한 시간으로 조심스레 다가선다. 손님이 앉는 자리와 라면이 만들어지는 자리, 주방 안팎의 경계가 열리며 오래 묵은 마음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신타에게 마지막 한 그릇을 대접한 뒤, 그를 배웅하며 한 사람보다 많은 것들과 작별한 부녀는 나란히 앉아 둘만의 마지막을 치른다. 그렇게 카메라는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들 사이에서 그들이 함께하는 순간을 감싼다. 복을 부르는 집, 복을 부르는 라면, 사요나라. 아직 끝나지 않은 마지막의 가장자리에서 문턱에 남은 온기를 바라보는 영화. (함윤정)

여운 Lingering | 기자 Giza |

시놉시스

또 한 번의 죽음을 마주한 칼레드. 그는 미처 끝맺지 못한 작별의 순간들을 매듭짓기 위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기억의 심연 속으로 뛰어든다.

프로그램노트

1991년 이집트 홍해에서 발생했던 여객선 ‘살렘 익스프레스’의 침몰 사건에 기반한 극 영화다. 최소 500여 명의 사망자를 만들었던 이 비극에 대해 지금을 사는 우리가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 영향의 고리를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는지를 제언한다. 타지에서 일하느라 집에 잘 오지 못하는 아버지 칼레드는 아내의 죽음마저 곁에서 지키질 못했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혹은 그리워하는 딸들과 대화하던 그는, 집에서 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고 부모 세대가 겪었던 비슷한 이별의 이야기를 발굴해 낸다. ‘살렘 익스프레스’ 사건과 연관된 이 가족적 비극의 기저에 닿기 위해 칼레드는 심해로 잠수한다. 10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효율적인 교차 편집을 통해 서사의 연속성과 드라마의 묵직함을 적절히 구현한 단편이다. (이우빈)

 

| Inter-City 03 |

제목은 꿈에서 DREAM UP THE TITLE | 우츠 Lodz |

시놉시스

신경다양성을 지닌 마우고자타는 신경전형적인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한다. 잠들 수 없는 그녀는 먼저 깨어나야 한다. 한 시간의 꿈에 속아 여행에 늦은 그녀는 우츠에 숨겨진 강들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강을 발견하지만, 꿈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프로그램노트

이 영화의 구성은 크게 꿈의 장면과 현실의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꿈의 장면들은 흑백으로, 현실의 장면들은 컬러로 보여진다. 흑백으로 보여지는 꿈의 장면들은 정말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누가봐도 꿈 같은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컬러인 현실의 장면을 보다보면 우리가 전에 봤던 흑백의 꿈 장면이 오히려 더 현실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딘가 모르게 뒤틀려 있고 기이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관광협회 회원들과 강을 둘러보는 투어를 떠나게 된다. 여자는 분명 영화 속 대사에서 강이 없다는 것을 말했지만 그 투어를 떠난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곳에 갔을까? 그럼 그들이 끝내 도착한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박천현)

리큐르 FLUID | 포츠담 Potsdam |

시놉시스

성인이 된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갈등과 병으로 인해 점점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자신과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절박한 시도 속에, 딸은 어머니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프로그램노트

태풍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쉽게 마르지 않는 습기와 오래 남아 있는 냄새가 있다. 물에 잠기듯 무너져가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나’는 기이하고도 절박한 방식으로 어머니의 몸속에 차오른 물을 빼내려 한다. 그러나 구하려는 행위는 점차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나’ 역시 깊은 감정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리큐르(FLUID)>는 물과 신체, 기억의 이미지를 뒤섞으며 가족 안에서 전이되는 슬픔과 돌봄의 감각을 탐색한다. 긁히고 벗겨진 필름을 연상시키는 거친 작화 질감은 불안정한 감정의 표면을 시각화하고, 화면 위를 떠다니는 스크래치와 노이즈는 쉽게 붙잡히지 않는 기억의 흔적처럼 남는 것도 같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태풍 경보와 물의 이미지는 설명되지 못한 감정을 서서히 증폭시키며, 익숙한 가족의 풍경을 낯선 신체 감각과 공포로 변형시킨다. 상실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잔향과 타인의 슬픔 속으로 함께 잠겨 들어가는 감각은 끝내 누구의 슬픔인지조차 흐릿해진다. (정청비)

미래의 고고학 Archaeology of the Future | 타이난 Tinan |

시놉시스

사토 하루오의 고전문학『여계선기담(女誡扇綺譚)』에서 영감을 받은 한 일본인 여성 감독이 촬영을 위해 타이난의 한 유서깊은 저택을 찾는다. ‘영혼의 고향’이라 여겨온 곳으로 창작적 순례로 시작된 여정은 곧 촬영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잇따르며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 한 세기에 걸친 이미지와 기억, 그리고 자기 발견의 여정이 서서히 펼쳐진다.

프로그램노트

영화 매체를 성찰하는 메타영화. 소설에 등장하는 타이난을 여행하는 일본인 기자, 한때 번영을 누린 도시를 돌아보며 폐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장면, 약혼자를 기다리다 죽은 여인의 기담은 현대의 영화 촬영장으로 와서 변주되고 이들은 과거의 기억과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흥미로운 작품들이 그렇듯 영화에서 과거는 지나간 시간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와 끊임없이 접속하고 반복된다. 시간은 비선형적으로 흐르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 역시 명료하지 않다. 이에 더해 영화는 자신이 걸어온 역사를 인용하고 세계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과 인물을 레퍼런스로 끌어들인다. 우리는 리처드 도킨스가 쓴 동명의 저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 발굴되는 이미지와 기억은 인류의 과거를 말하는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해석될 유물이다. 또한 영화가 스스로 말하고 있듯, 긴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누군가에게 닿아 새로운 응답을 불러낼 수 있다. (김지연)

인터뷰 Interview | 테라사 Terrassa |

시놉시스

은퇴한 원로 여배우가 한 방송국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다.

프로그램노트

오랜 시간 모습을 감췄던 한 배우가 인터뷰를 허락한다. 카메라 앞에 앉은 그녀는 과거의 영화와 사랑,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뷰는 단순한 회고라기보다 불안정한 공연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여전히 카메라를 의식하고, 스스로를 연기하며, 사라져가는 스타의 이미지를 붙들려 한다. 그 모습은 오히려 스크린 앞에 선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이 천천히 스며 나온다. 한때 사랑받았던 배우는 여전히 스크린 위에 머물고 싶어하고, 현실과 연기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몸짓은 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위태롭다. <인터뷰>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이미지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시간을 따라가지만, 촬영이 계속될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조금씩 쌓여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한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우리의 복잡한 마음이다. (정청비)

꽃들의 숨겨진 삶 THE SECRET LIFE OF FLOWERS | 우츠 Lodz |

시놉시스

열일곱 살 카밀라는 곧 청소년 교육센터를 떠날 예정이다. 그룹의 리더로서 그녀는 어린 소녀들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였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야 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

프로그램노트

열입곱 살 카밀라는 폴란드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머물던 청소년 보호시설을 곧 떠난다. 어린 소녀들에게 친구이자 언니, 때로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그룹의 리더가 떠난 자리에는 각자의 결핍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남을 것이다. 영화는 일과 점검과 행동 평가로 짜인 시설의 시간 한가운데서 어긋난 돌봄의 자리가 또 다른 돌봄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풍경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규율과 불안, 욕설과 농담, 갑작스러운 눈물과 서툰 위로가 뒤섞이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 사이에 피어난 관계의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떠나는 이는 자신을 버티게 한 언어를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카메라는 어떠한 동정도 미화도 없이 그 곁에 머문다.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삶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함윤정)

 

| Inter-City 04 |

무명의 감독 The Unknown Filmmaker | 뭄바이 Mumbai |

시놉시스

이 영화는 자신이 존경하는 한국인 영화감독 친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도에서 부산으로 향한 조야의 여정을 따라간다. 처음에는 친구에 대한 미련과 의문을 정리하고자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점차 그와 자신에 대한 인식을 흔드는 불편하고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인도 여성 조야가 부산을 찾는다. 박상훈이라는 이름의 한국 남성을 찾기 위해서다. 상훈은 단편영화를 만들다가 장편영화 제작을 준비하던 영화감독이고, 조야는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시나리오를 함께 쓰기도 했던 사이다. 조야는 상훈의 흔적을 따라 그의 집으로 추정되던 곳, 그의 영화가 남아있을 만한 곳, 그를 알만한 사람들을 차례차례 거친다. 그리고 상훈을 알던 또 다른 여성을 만나 상훈과의 기억을 풀어 놓는다. 익숙한 부산의 장소들을 거니는 조야의 낯선 발걸음, 무엇이든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이어가는 조야의 말과 동작이 꽤 독특한 리듬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타인과의 이별 속도를 천천히 조정해 나가는 듯한 조야의 이 여행은 엔딩 크레딧의 정보에 미루어 볼 때, 현실에서 일어났던 한 이별의 해원이기도 하다. (이우빈)

댐 bendungan | 싱가포르, 베를린 Singapore, Berlin |

시놉시스

<댐>은 안무된 몸짓과 친밀한 인터뷰를 결합해 바다와 강, 그리고 인간의 몸에 이르기까지 물을 둘러싼 공간의 사회적·역사적 기억을 탐구한다. 인도네시아어로 댐이나 강둑, 해안 제방 등을 가리킬 수 있는 제목 ‘분둥안’은 물의 기억과, 말레이 군도 누산타라 전역에서 네덜란드 식민 프로젝트가 물을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되짚는다. 물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기억하며, 무엇을 전달하는가? 영화는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에서 이러한 물의 공간 가까이 살아가는 세 사람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과 기억을 통해 물의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본다.

프로그램노트

‘분둥안(bendungan)’은 ‘댐(방제)’을 뜻하는 인도네시아어다. 영화의 화자(들)는 자신과 가족이 마주해왔던 강과 댐의 이야기로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톺는다. 20세기 중반,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주의에 지배됐던 때에 자신의 아버지가 네덜란드의 시민이자 군인이 되었던 사연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후대의 목소리 등이 이어지는 것이다. 카메라는 화자의 이야기에 맞추어 각지의 풍광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강을 이야기할 때는 강이, 바다를 이야기할 때는 바다가, 어떠한 이국의 기억을 되새길 땐 그곳에 있는 사람을 비춘다. 세계의 장소와 개인의 삶, 개인의 삶과 세계의 기억이 거대한 프랙탈 구조처럼 이어져 있음을 상기시킨다.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경험했던 20세기 아시아의 집단 기억은 21세기에 반드시 환기해야 할 우리의 주제일 것이다. (이우빈)

보틀스 Bottles | 와르자자트 Ouarzazate |

시놉시스

13살 소년 사이드는 라바트의 오래된 메디나에서 살아간다. 여름이면 빈 맥주병을 모아 가게에 팔며 용돈을 번다. 그 돈으로는 몰래 숨겨두고 보살피는 개에게 먹이를 사주려 한다.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가 사이드에게 그런 일을 하는 것은 ‘하람(haram)’, 즉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프로그램노트

한 소년이 눈물을 감추며 등을 돌린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름다운 햇볕이 드리우는 너른 해변, 그곳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어딘가 거세다. 부모님 몰래 옥상에서 개를 돌보는 소년은 사료 값을 마련하기 위해 바닷가에 버려진 빈 병을 줍는다. 선원인 아버지가 바다에는 얼씬도 말라고 했지만, 소년에게 빈 술병은 자신의 힘으로 개를 돌볼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친구에게 그것은 종교적 금기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위험한 물건이다. 텔레비전에서는 통속극 사이로 전쟁 뉴스가 흘러나오고, 배를 타는 아버지는 불쑥 부재하거나 명령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카메라는 금기와 권위가 몇 겹으로 둘러싼 소년의 세계를 따라간다. 그 안에서 돌봄은 순수한 선의라기보다 불안한 애씀에 가깝고, 소년의 노력은 절박해서 더욱 생생하다. (이남영)

간주곡 Interlude | 산투스 Santos |

시놉시스

돌봄의 시간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 영화 <간주곡(Interlude)>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가 있는 아들을 길러낸 클라라의 회고와, 아들이 떠나며 남긴 적막을 찬찬히 따라간다. 일상의 풍경과 내밀한 고백을 통해 영화는 ‘보호자’라는 역할 너머 자신의 삶과 자아를 다시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을 바라본다. 이 여정은 돌봄의 시간을 지나온 수많은 어머니들의 삶과 깊이 공명한다.

프로그램노트

클라라는 자폐 진단을 받은 아들을 홀로 돌보며 살아왔다. 남편을 잃은 뒤, 그녀는 아들의 치료와 성장, 기쁨과 좌절의 모든 순간을 책임져야 했다. 아들은 음악을 통해 안정을 찾고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간다. 시간이 흘러 음악가로 성장한 아들은 어머니 곁을 떠나 새로운 무대에 선다. 클라라는 아들의 성취가 자랑스럽지만 동시에 자신이 평생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으로만 살아왔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인터뷰를 계기로 클라라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의 진솔한 자기 고백을 경청하고 일상을 관찰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어디까지 내어주는 일인가. 돌봄의 시간이 지나간 뒤,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다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이남영)

 

| Inter-City 05 |

티클터치: 무림대서사 Tickletouch - A Martial Arts Epic | 웰링턴 Wellington |

시놉시스

가브리엘은 인기 무술 ‘티클터치(tickletouch)’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 그러나 간지럼을 전혀 타지 않는 거리의 불량배에게 습격당한 뒤, 티클터치 편람에 대한 믿음을 잃기 시작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내려고 매일 밤 불량배들과 싸우던 가브리엘은 자신 또한 더 이상 간지럼을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티클터치의 라이벌 스포츠 ‘구름 관측’ 대회에 참가한 그는 교본이 말하듯 형편없는 경기일 것이라 기대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티클터치에 환멸을 느낀 가브리엘은 결국 대회 결승에서 거만한 상대를 쓰러뜨린다. 

프로그램노트

청년 가브리엘은 유망한 ‘티클터치’ 선수다. 티클터치는 서로 간지럼을 태워 먼저 상대를 웃기게 하는 자가 이기는 무술이다. 가브리엘은 티클터치의 창시자로부터 내려왔다는 지침서를 신봉하면서 정진에 힘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일련의 싸움을 거치면서 사실은 처음부터 간지럼을 잘 타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깨달아 버린 것이다. 승패의 기준점, 삶의 지향점이 완전히 무너진 뒤 가브리엘은 지침서의 맹약을 어기기에 이른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너드 백인 청년의 고군분투가 중심인 작품이며, 전반적으로 코믹한 톤 앤드 매너가 분위기를 이끈다. 가벼운 잽을 계속하여 날리다가 마지막에 묵직한 어퍼컷 한 방을 내지르니, 잠시 힘을 빼고 그곳까지의 경쾌한 리듬에 빠져보길 바란다. (이우빈)

도서관  The Library | 바야돌리드 Valladolid |

시놉시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청년 디에고는 시골 도서관을 관리하기 위해 마지못해 농촌으로 이주한다. 처음에는 시골 생활을 받아들이는 데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도서관에서 일하며 마을의 풍습과 사람들, 그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을의 가장 깊은 비밀과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까지 마주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낯선 소도시의 작은 도서관에 임시직으로 도착한 주인공. 초반 그는 그곳의 무질서한 리듬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오래된 책을 사랑하고 낡은 물건들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을 즐기던 그였지만, 막상 자신이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 한가운데 놓이자 주변의 모든 것이 마냥 성에 차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하나씩 정리하던 그는 책의 여백에 남겨진 문장들, 책 구절을 고백 삼아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와 두 개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마치 탐정이 된 듯 이 책에서 저 책으로 건너가며 두 사람의 밀담을 추적한다. 도서관의 엄숙함을 지키려 사람들을 다그치던 주인공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간다. (이남영)

옛날 옛날에 Tell Me a Fairy Tale | 샨르우르파 Şanlıurfa |

시놉시스

유수프는 언어 사용 금지로 오랜 세월 억압받은 쿠르드족의 민담을 수집하고자 여러 마을을 누빈다.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그의 여정은 사회적 압력과 가난에 맞서는 고군분투이기도 하다.

프로그램노트

연출자 에브루 아브치는 쿠르드인이다. 그의 단편들은 가족과 친인척이 살고 있는 마을, 그리고 그곳 사람들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그의 작업이 사적인 영역에 한정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개인의 경험을 경유해 공동체의 기억과 역사로 확장한다. 2024년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에 참여해 <할아버지가 떠난 뒤>를 완성한 그는, 이듬해 단편 신작 <옛날 옛날에>로 독 리스보아 국제경쟁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옛날 옛날에>는 쿠르드의 마을들을 다니며 사라져가는 전래동화를 채집해 책으로 엮으려는 한 인물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인물이 만나는 여성, 노인, 아이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는데, 이 때 인물이 겪는 가족의 압박, 사회적 금기,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드러난다.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는 한 공동체가 잃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붙잡으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에브루 아브치는 소박한 형식 안에다 개인의 실천이 공동체의 역사와 만나는 순간과 함께 자신의 뿌리를 향한 깊은 애정과 연대의 마음을 작품 곳곳에 새겨 넣는다. (김지연)

보이지 않는 Unseen | 브래드포드 Bradford |

시놉시스

<보이지 않는>은 브래드포드 2025 영국 문화도시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요크셔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 자선단체 어센던스(Ascendance)가 브래드포드 출신 연출자 피슈다드 모다레시(Pishdaad Modaressi)와 협업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파킨슨병을 비롯한 신경계 질환을 안고 브래드포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영화는 춤과 움직임으로 이들을 창작 예술가로 주체화하며, 질환을 넘어 자신의 몸과 삶을 표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프로그램노트

영국 브래드포드에는 파킨슨병을 포함한 여러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모이는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환자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부채를 이용한 무용을 배우는 등 서로의 움직임을 나누고 바라본다. 움직임이라는 인간의 생애 조건에 가해지는 신체적 제약, 이 제약에 대응하려는 이들과 그 협력자들의 모습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어우러진다. 질병이라는 문제에 학구적으로 집중하기보단 이웃들의 일상이라는 현실에 집중한다. 지역의 건강한 문화적 일면에 관해 비추는 일반적 다큐멘터리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출연자들의 상황이나 감정을 극적으로 각색하기보다 덤덤하게 기록하는 영화의 체온이 미덥다. 마지막에 삽입된 실제 무대의 기록 영상 역시 과잉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클라이맥스 시퀀스로 감상하게 된다. (이우빈)

 

| 부산 |

자유사진 Free photo

시놉시스

정신없이 움직이는 물체들. 가도교 위의 동준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들을 실컷 비난하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가 결심을 굳혔을 때...

프로그램노트

친구들과 여행 겸 촬영을 위해 대만에 간 권용진은 우연히 발견한 가도교가 마음에 들어 <자유사진>을 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한눈에도 전문배우가 아니지만, 친구의 카메라 앞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주어진 것은 설정 정도일까, 영화엔 대본도 없다. 배경에서 인물로 어지럽게 흔들리며 이동하는 긴 숏들도 현장의 움직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인물들이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도 숨기지 않는데, 이는 카메라가 마치 제3의 인물로서 영화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들사이에 흐르는 신선한 공기는 <자유사진>이라는 놀음에 관객을 기꺼이 끌어들인다. 권용진은 최근 비슷한 방식으로 <명륜과 남산>을 완성했다. 그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은 친구들과의 유희이자, 좋아하는 작품들을 떠올리며 자기의 목소리를 영화에 새겨 넣는 일인 것 같다. 권용진의 영화를 오래 보고 싶다. (김지연)

몽중몽 Dream within a Dream

시놉시스

영화를 공부하러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된 감독 지망생 유 단. 출국을 앞두고 단은 푸념을 늘어놓던 엄마가 죽는 꿈을 꾼다. 엄마를 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지만, 정작 엄마를 마주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등골이 빠졌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엄마를 위해 단은 사라진 등골을 찾아야만 한다.

프로그램노트

‘등골이 빠진다’는 관용 표현을 모티프로 한 <몽중몽>은 인상적인 이미지와 강렬한 색감, 인물들의 호연으로 보는 즐거움을 준다. 단(권잎새)은 자식 뒷바라지로 고단한 엄마(차미경)에게 고맙지만, 동시에 엄마를 떠나고 싶다. 그 희생을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 무게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다. 사랑과 원망,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감정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복잡하게 얽혀있다. 권현지는 이 보편적인 감정에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묘사를 덧입혀 <몽중몽>의 판타지로 체현한다. 익히 알려진대로 등골은 부모와 자식 간에 놓인 희생과 부채의 무게를 가시화하는 존재이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개성적이고 기묘한 이미지들은 인물의 내면을 매혹적으로 형상화한다. (김지연)

유령 Haunt 

시놉시스

한 사내가 사라졌다. 내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과거에 그가 살았던 곳의 주소 뿐이다. 점차 지워지고 있는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가 살았던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사람과 집을 마주한다.

프로그램노트

감독 임지훈은 자기 뿌리를 찾고 싶다. 거주불명자가 된 지 오래인 아버지의 행적을 쫓아 부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아버지가 살았던 동네의 주민들에게 수소문하며 아버지의 이름과 행색을 설명하고, 반대로 몰랐던 사실도 듣는다. 예를 들어 감독 본인의 할머니가 누구인지 처음 듣기까지 한다. <유령>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모두가 유령 같다. 주로 화면에 등장하는 주민들은 익명의 인터뷰이로서 이름이 지워지고, 감독 자신은 뿌리가 없고, 아버지는 존재가 없다. 세상에 완전히 붙어 사는 인간은 없고 각각 영화의 조각으로 흩어져 있을 뿐이다. 그 조각을 하나둘 맞추고, 유령의 정체를 가시화하는 탐정 영화의 플롯 끝에서 기막힌 반전과 허망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최근 가장 주목받은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중 한 편일 것이다. (이우빈)

 

| Drawing City 01 | 

로스트 인 보스니아 Lost in Bosnia

시놉시스

<로스트 인 보스니아>는 영화 제작과 영화 자체에 바치는 한 편의 시네마틱한 시다. 거장 벨라 타르의 ‘필름 팩토리’라는 비전 아래 모인 11명의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게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탐구한다. 

프로그램노트

벨라 타르의 영화학교 필름 팩토리는 전통적인 영화학교라기보다 영화를 실험하는 공동체, 혹은 실험실이었다. 그는 제작 규칙을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동료이고자 했다. <로스트 인 보스니아>는 그 여정이 집약된 프로젝트다. 11명의 연출자가 하나의 질문과 여섯 개의 규칙 아래, 각자의 방식으로 보스니아를 배회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벨라 타르의 미학을 복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픽션, 퍼포먼스, 개인적 기록, 정치·사회적 풍경이 자유롭게 영화 안에 자유롭게 혼재되어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연출자들이 자신의 영화 언어를 시험하는 이 과정은, 훗날 각자의 필모그래피로 이어질 미학적 단서가 된다. 오다 카오리, 김남석 같은 이들의 감각도 이미 여기에서부터 자신의 감각을 보여준다. 필름 팩토리는 2017년 문을 닫았고 이제 벨라 타르도 우리 곁에 없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이들의 작업 속에 살아 있다. (김지연)

 

| Drawing City 02 | 

진료소 The Clinic

시놉시스

양곤의 한 진료소. 이곳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불면증과 환청을 비롯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일부는 알코올 의존 문제로 술을 끊어야 한다. 진료소를 운영하는 두 의사는 부부이자 예술가다. 이들은 약물로 환자를 진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적 창작을 통해 환자들이 환각과 광기를 표현하고 혼란을 표출하게 돕는다. 버마는 거대한 정신병원과 같고, 이 나라 모든 사람은 정신적 문제를 어느 정도 안고 있다. 의사인 남편은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그것이 초래할 결과가 두려워 망설인다. 한편 정신과 의사인 아내는 환자들을 돌보지만, 정작 자신도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진료소>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혼합된 작품이다. 영화 속에 영화가 있고, 다큐멘터리 속에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이 작품의 드라마는 현실에서 비롯되며, 현실은 이미 드라마로 가득하다.

프로그램노트

현대 미얀마의 역사는 오랜 군부 통치와 민주화 좌절, 정부와 소수민족 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왔다. 영화는 특정 사건을 불러오지 않지만, 뉴스, 작품, 대화를 통해 라카인 사태와 로힝야족의 현실을 짐작하게 한다. 작은 진료소를 운영하는 의사이자 예술가인 두 사람의 일상과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는 카메라는 격변의 시간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긴 흔적을 포착한다. 정치적 억압과 일상의 붕괴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기에, 진료소는 상처를 열어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치료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진료소 바깥으로 나가면 불안과 혼란으로 얼룩진 미얀마의 현재가 있다. 영화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거나 예단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얼굴, 목소리, 그리고 그림 한 폭 한 폭 앞에 선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진료소>는 이들의 실천 안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버마(Burma)는 버마족(Bamar)을 중심으로 만든 국명이다. 독립 이후 군부 정권이 미얀마(Myanmar)로 변경했지만, 이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일부 국가와 단체, 언론에서는 여전히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국가가 군부 통치 아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미얀마라고 쓴다. (김지연)

 

| 10주년 특별기획 : 다른장소에서 01 | 

미나의 그리운 시간 Here and Here

시놉시스

임신 6개월인 미나(28세)는 아직 태동이라는 걸 느껴보지 못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녀는 잡지에 기고할 글을 쓰기 위하여 부산에 사는 사람들의 첫 기억을 수집하러 나선다.

프로그램노트

2017년은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이 출발한 해다. 후쿠오카의 짐보 요시마사가 부산에 와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극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결과물 중 하나다. 작품에 담긴 10년 전 부산의 풍경은 그 사이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떠올려보게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상영은 기억에 주목하는 영화의 주제와도 만난다. 주인공 미나는 부산 곳곳에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취재를 한다. 첫 번째 기억에 대해 묻는 이 여정의 끝에서, 그는 자신의 첫 번째 기억과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다가오는 출산, 그와 함께 열릴 경험한 적 없는 수많은 처음들이다. 아직 오지 않은 그 시간은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목소리에 실려, 섬세하고도 선명하게 스크린 위에 그려진다. (김지연)

메이 앤 준 May and June

시놉시스

승길과 윤진은 결혼을 앞둔 무명 배우다. 둘은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단편영화를 찍고 배우의 꿈을 접기로 한다.

프로그램노트

영화는 적어도 세 개의 시점을 겹쳐 놓았다. 배우로서 오디션 영상을 만드는 두 사람,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진으로서의 두 사람, 그리고 이 과정을 연출과 PD라는 배역으로 경험하는 두 사람. 의도적인 생략과 늦게 제공되는 정보는 이 층위들을 오가며 관객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구조를 끌고 가는 핵심엔 단순한 질문이 자리한다. 지금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하지만 이들은 자기연민에 빠져 있지 않고 불확실성 앞에서 무력하지 않으며 고민에 잠식되지도 않는다. 살아간다는 건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답을 알 수 없는 채로도 멈추지 않고 성실하게 뚜벅뚜벅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지연)

 

| 10주년 특별기획 : 다른장소에서 02 | 

리턴 Return

시놉시스

도쿄에 가서 밴드를 하고싶은 야마가타의 고등학생 ‘타치’는 지금 당장 돈이 너무 필요하다.고민하던 타치와 친구들은 주말에 옆동네 후쿠시마에 있는 버려진 보석상점에서 보석을 몰래 훔쳐 계획을 세운다. 후쿠시마 사태의 수습을 위해 파견중인 자위대 의무병 미사키는 임신사실을 깨닫게된다.당장 떠나고 싶지만, 너무 예민하게 굴지말라며 계속해서 전출 요청이 거절된다.계속해서 걱정하던 미사키는 결국 탈영을 결심한다.

프로그램노트

이야기의 축은 두 개다. 한쪽은 타치를 비롯한 야마가타의 세 청년. 이들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에 슬쩍 출입해 ATM 등을 털고 돈을 벌 계획이다. 도쿄에 가 밴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이 과격한 젊은이들을 찍을 때 느껴지는 활력이 대단하다. 다른 한쪽은 미사키. 미사키는 후쿠시마의 어떤 기관에서 모종의 이유로 구속되었고, 이내 탈출하려 한다. 별다른 앞뒤 설명이 붙어 있지는 않으나 흔들리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그녀의 불안함을 대신 말한다. 이 두 축이 후쿠시마라는 대재앙의 접경 지역으로 모인다. 1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 자기만의 리듬을 탁월하게 갖춘 채 로케이션의 공기를 담아내고, 두 개의 장르를 하나로 포개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우빈)

고마운 사람 On White Wind Wall

시놉시스

미디어센터 주민영상제작 수업을 맡은 ‘진아'는 학창시절 담임 교사였던 ‘서인'과 8년만에 재회하고, 선생님에게 못다한 고백을 하려한다.

프로그램노트

여성 진아는 “여자를 좋아한다”라고 엄마에게 불현듯 고백한다. 그런데 엄마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때로 침묵은 커다란 부정으로 느껴진다. 진아는 답답함을 느낀다. 이 와중에 어느 미디어센터에서 중년층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 강의를 맡게 된다. 여기서 우연히 만난 이는 8년 전 은사였던 서인이다. 진아와 서인의 과거는 다소 복잡하며, 진아는 서인에게 오래된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함께 과거를 회고하며 미래로 나아가려는 둘에게 또 다른 편견의 벽이 부닥치는데, 진아는 꽤 달라졌다. 상처를 주고받을지라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퀴어 영화의 토대를 지니되, 그것을 어떠한 멜로 드라마로 치장하는 편은 아니다. 그보단 진아라는 인물의 내적 변화에 집중하여 그녀의 정체성 문제를 담담하며 침착하게 그리는 작품이다. (이우빈)

 

| 10주년 특별기획 : 다른장소에서 03 | 

바다의 자매 Sisters of the sea

시놉시스

이 여성들은 평생을 바다에서 일하며 보냈다. 이 영화에서 그들은 세월이 흐르며 바다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들의 일터인 바다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회상한다.

프로그램노트

검은 화면 위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화면이 밝아오지만 영화는 발화자의 모습을 인터뷰 화면에 고정하는 대신, 바다 안팎의 풍경과 노동하는 몸짓 위에 그의 이야기를 포갠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해녀가 된 사연, 바다 가까이에서 살아온 세월, 위험 속에서도 자유와 자부심을 느끼는 노동의 감각이 파도에 몸을 맡기듯 넘실댄다. 바다의 소리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하듯 <바다의 자매>는 물과 바람, 사람과 생업이 만난 현장의 감각을 들려준다. 해초가 사라진 오늘의 바다를 증언하는 목소리와 세월에 풍화된 자신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서로를 감싸 안는다. 화면에 담긴 몸과 화면 밖 음성이 공명할 때, 얼굴을 비워낸 영화가 상상하게 만드는 것은 바다와 함께 살아온 여러 세대의 얼굴이다. (함윤정)

가비 GAVI

시놉시스

호텔 청소부인 '가비'는 202호 방을 청소하다 팔찌를 줍는다. 이후 그는 팔찌의 주인인 '로페즈'와 대면하게 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프로그램노트

누군가 자리를 비운 곳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가비는 손님의 방에서 값나가는 물건 하나를 발견한다. 머물다 떠나는 이와 그 자리에 남아 노동하는 이의 삶이 교차하는 장소에서 가비는 우연히 타인의 가장 사적인 순간을 목격한다. 영화는 인물의 선택을 성급히 단죄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몫을 좇던 마음이 타인의 고독 앞에서 흔들리고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타인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순간, 가비의 고요한 내면에도 작은 동요가 번진다. 카메라가 개인의 내밀한 욕망에서 출발해 낯선 타인의 외로움에 가닿는 한 사람의 미세한 변화를 좇는 동안, 인물 안에 잠겨 있던 감정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프레임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또 하나의 흔적이 남는다. (함윤정)

부산時 하루 Mirror Image

시놉시스

이 영화는 도시 공간 속 인간의 행위를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며, 움직임과 반복, 빛과 색, 질감 등을 가지고 유희한다. 이를 통해 익숙한 것들을 추상적인 회화적 제스처와 형태의 오케스트라로 변모시킨다. <부산時 하루>는 건축적 공간과 인간 정신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을 자아와 신체의 연장으로 이해할 관계를 제시한다.

프로그램노트

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을까. 제목의 ‘時’가 암시하듯 영화가 붙잡는 것은 고정된 도시의 이미지보다 그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이다. 골목과 도로, 건물과 바다, 쉼 없이 작동하는 기계와 어딘가를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화면을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도시를 해설하는 대신 선의 방향과 면의 배치, 반복되는 움직임과 빛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렇게 익숙한 지명은 잠시 뒤로 물러나고, 각 장면은 서로를 잇는 형태와 리듬으로 어우러지며 도시의 호흡을 새롭게 구성한다. 영어 제목 ‘Mirror Image’는 도시의 조각들이 낯선 시선을 통과해 또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을 암시한다. 감각적으로 재구성된 부산은 한눈에 포착되는 풍경을 넘어서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시간의 형상으로 남는다. (함윤정)

 

| -scape 01 | 

춘슈 Mothertongue

시놉시스

베이징에서 10년을 보낸 후, 팡춘슈는 또다시 꿈을 놓치고 말았다. 청두로 돌아온 그녀는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때 나타난 이방인 왕둥둥과의 만남은 그녀가 고향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다...

프로그램노트

장률의 영화는 주로 경계에서 배회하는 인물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국가와 지역, 언어와 문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떠났어도 완전히 떠나지 못했고, 돌아왔어도 더 이상 그곳에 속하지 못하는 춘슈도 장률의 세계 한가운데 있다. 그는 배우가 되려고 일찍이 표준말을 배웠지만 고향 청두의 사투리를 못해서 배역을 놓쳤다.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변하기도 한다. 돌아온 고향이 예전의 모습과 다르듯이. <춘슈>를 이루는 건 번영과 쇠퇴가 공존하는 도시를 인물들과 함께 거니는 일상의 시간이다. 극적인 사건 대신에 변해가는 풍경과 사람들의 삶, 그 마음이 움직이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는 담담함이 이 영화의 방법론인 것 같다. 어쩌면 흐르는 시간과 남겨진 흔적 사이에서 자기 궤적을 그려가는 일이 장률이 바라보는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부산 인터시티 영화제는 작품정보에 국가명 대신 연출자가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를 기재한다. 장률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거주지를 옮겨 다니고 있어 한 도시로 규정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이 작품의 작품정보에 국가명을 명시하기로 한다. (김지연)

 

| -scape 02 | 

후쿠시마의 벨라타르 FUKUSHIMA with BÉLA TARR

시놉시스

“내 목표는 교육이 아닌 해방이다” 2024년 2월,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의 지도 아래 후쿠시마에서 영화제작 워크샵이 진행된다. 수강생을 지도하는 벨라 타르의 모습에서 그가 어떤 시선으로 영화를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프로그램노트

성전에 오른 거장이 아니라 워크숍 수강생들의 스승으로서의 벨라 타르를 지근거리에서 담아낸 귀한 다큐멘터리다. 벨라 타르는 후쿠시마, 재난이 지나간 자리와 여전히 그곳을 삶터로 삼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자신의 철학과 윤리를 추상적인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숏의 길이, 카메라의 위치, 카메라가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영화는 벨라 타르의 영화론을 직접 펼쳐 보여주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그의 영화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오다 카오리의 카메라는 이들 사이를 오가는 소통을 바라보며 , 이 워크숍 자체를 한 편의 영화로 완성했다. (김지연)

 

| Residency | 

산으로부터 From the Mountains

시놉시스

부산 봉래산과 폴란드 우치의 숲을 오가며, 한국의 산신과 슬라브 신화 속 숲의 정령 레시(Leshy)를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존재해 온 자연의 신성을 찾아간다. 비어 있는 풍경을 응시하는 카메라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포스터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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